메이뱅크 챔피언십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다. 올해 10월 말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골프앤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말레이시아에서 LPGA투어가 개최된 것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투어 부활을 기념하는 듯 총상금은 300만 달러(약 39억 원)에 이르며 우승 상금만도 45만 달러. 

말레이시아에서 LPGA투어 대회는 2010년부터 사임 다비 LPGA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뒤 8년 만에 명맥이 끊겼다. 한국 선수와도 인연이 깊다. 강지민이 2010년 초대 챔피언에 오른 데 이어 최나연(2011년) 박인비(2012년)가 연속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 대회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지원 정책이 바뀌면서 중단됐다가 새로운 스폰서인 메이뱅크와 함께 2023년 부활하기에 이르렀다. 다시 LPGA 대회를 유치하면서 말레이시아 여자 골프도 주목받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유일한 LPGA투어 선수인 켈리 탄(30)의 뒤를 이어 애슐리 라우(23)가 샛별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말레이시아 빈툴루에서 태어난 라우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골프에 입문했다. 고교 시절을 호주에서 보내며 말레이시아 국가대표로도 활약한 그는 미국의 명문 미시간대를 거쳐 2023년 프로에 뛰어들어 LPGA투어 2부 Epson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라우는 골프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로 가족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아버지는 골프를 관두고 저를 따라다니고 계신다. 여동생도 골프를 치기 때문에 같이 9홀을 자주 치러 갑니다. 여행도 즐기는 데 골프를 하다 보면 그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우는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2016년 말레이시아 대표로 제주에서 열린 퀸시리키트컵에 출전한 뒤 올해 9월 인천 청라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에 나섰다.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와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여자 골프 발전을 위해 출범한 아시아골프리더스포럼(AGLF)이 주관하는 레이디스아시안투어(LAT)를 겸했다.

말레이시아는 아직 여자 골프가 활성화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라우는 “말레이시아에 토요타 투어가 현지 선수들에게 대회 경험을 쌓게 한다. 말레이시아에는 공식적인 여자 골프 투어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바뀌어서 차세대 여자골퍼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LAT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LAT 시리즈를 잘 알고 있다. 아시아 지역 여자 골프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본다. 어렸을 때 말레이시아에서는 프로골프를 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LAT가 성장하면서 좋은 무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에도 여자골프를 위해 AGLF같은 단체가 생긴 것이 흥미롭다. 미국과 유럽은 정말 잘하고 있는 데 아시아는 왜 안 될까 고민한 적도 많다. 이제 AGLF가 여자 골프를 위한 훌륭한 발걸음이 될 것 같아 너무 좋다”고 말했다. 

라우는 12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 동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국가 대항전인 시몬느 아시아퍼시픽 컵에 출전할 계획이다. 라우는 “지난해에는 LPGA투어 Q시리즈와 일정이 겹쳐 출전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올해는 국가를 대표해 출전할 수 있는 영광을 얻어 정말 기쁘다. 프로 전향 후 조국을 위해 언제 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빨리 찾아오게 돼 남다른 느낌”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올해 메이뱅크 챔피언십에는 라우를 비롯한 6명의 말레이시아 선수가 출전했다. 전체 78명 가운데 8% 남짓이다. 수적으로나 기량 면에서 아직은 세계 정상급과는 거리가 먼 수준이지만 성장 잠재력은 크다는 게 아시아 골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니어 골퍼들의 저변도 늘고 있다.

라우가 ‘말레이시아의 박세리’로 성장해 자국 주니어 골퍼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